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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오늘 농가 일기

by 약초보람 2014. 7. 28.

 

 

 

비 바람이 개이드니  햇볕이 쨍쨍

무척 덥네요  덥긴 하지만 나무 그늘아레 안즈며 솔바람이 시원해서..

도시 에어컨 바람 보담 훨씬 낫지..

 

잡초는 무성히 자라는디..이걸 다 엏찌 할꺼나..

잡초와 싸우다가 내가 항복..잡초 잡으려다가 내가 먼저 죽겟구먼

 

시원한 그늘 밑에서 매미소리 들으면서 산 너머 오솔길에 오신님을 기다려 본다.

아무도 오지 않는디.. 시원한 막걸리나 한잔 해야지 ..목도 마르고

 

건너집 0씨 영감님이 오셧는디 ,,궁금하든 차에.웬일로..

잘 오셨수 .술이나 한잔 힙시다요..요세 더운디 마니 힘드시지요?

 

 그려..나두 오늘 콩밭 풀좀 매다가 목도 마르고 술한잔 생각 나서 왓시유

영감은 목이 말앗든 참이라 막걸리 두사발을 거듭 마시고..거나하게 취해서..궁시렁

 

하시는 말씀..근디 말여.

낼 모래 보궐 선거날이라 헌디 누구를 찍어야 한다나.?

.투표는 해야 헌디 찍어 봐야 그넘이나 저넘이나.다그려...뭐가 되는일이 있서야제

빌어먹을 넘들..작년에도 저 찍어주면 잘 살게 해준다 해서 찍어 주엇드니 당선 되고 나서 콧베기도 않보이드라

이렇게도 힘들어 농삿일 하는디 술한잔 먹어 보라고 사주는 넘은 없고 지들만 잘낫다고.. 당선되고 나서 인사도 않혀..

이번 보궐 선거에는 난 투표 않할레..어느넘을 찍어봐도 다 똑같은게 말여....

 

형님.그레도 선거는 해야지유 저는 어제 사전 투표 하고 왓시유..

그려 ..동생은 누굴 찍엇나? 이번에 나온 넘들 내가 아는사람은 한넘도 없드라

나도 잘모르지만 그중에 젊은 넘이 쪼께 나흘것 같아서 그냥 찍어 버렷시유

여당 야당 가릴것 없시유...그레도 기권하기는 좀 그레서유

 

그려..그넘이 뭐하든 넘인데..? 나도 그넘 사진보니 잘 생겻드만..

근디 요세 젊은 애들이 너무 건방저서 ..어린.지들이 뭘 알까..?고생을 해봣서야지..

요세 애들 가르켜 놧드니 지들만 잘낫다고 어른도 몰라보고..맘에 않들어

우리집 자식들도 그런디...남에 자식 흉봐서 않되지..음 그려

 

어저께 뉴스 동생도 봣지? 아 글쎄말여 유병언 이라는사람 불쌍하게 죽엇드구먼 그놈이 뭐하든 사람 이여..

그사람은 뭐해서 돈을 그리 많이 벌엇다냐..돈벌 어놓고 왜죽어..병신 같이

아글쎄.. 돈을 현찰로 20억원이나 갖이고 갖고 댕기다가.쓰보지도 못 하구 풀밭에서 죽엇데.그려

그런돈 나갖치 없는사람 에게 쪼께씩 나누에 주엇스면 얼마나 고맙겠서..참 불쌍한 인간이여..음

 

술이거나하게 취헤서 말씀이 줄줄 세어 나오다

어이 동생..그게 뭐냐 구언파 라는 것이 양파 같은 것인가?

껍질을 까면 뭣이 나온데..? 난 오래 살다본게 별난 파도 있구먼..

그런것들이 세상에 활개를 치고 다녓스니 나랏 일이 되겟는가..으흠.내말이 맞쩨..

 

그려그려 그만 이야기허고 술이나 한잔 더 딸아봐.

얼마나 더 살갯다고 뼈골빠지게 일해 봐도 어느넘이 챙겨 주는 넘도 없고.에고

그냥 놀자허니 농토는 풀밭이 되여 보기 싫고 ..

허리는 아픈디 이일을 엏찌허면 조흘꼬..죽도록 일을 해봐도 빗만 늘어나고..

 

요새는 우리 할멈땜시 못살겟서..웬 잔소리가 그리 많은지 에고..

그레도 날 챙겨 주는 사람은 우리 할멈 박에 없다니께.나이 그만 가야겟네 으흠.

 

영감님 .할머니 쫒차오기 전에 술그만 잡수고 그만 일어나 가보시유

쫒차오면 나더러 술 주엇다고 나도 혼나유..그만 잡수고..

 

우리집 할멈은 저건너 밭에서 콩밭 맨다고 업드려 잇구만..일사병에 죽으면 엏쩌려고 왜 극성을 부리는지..

아이고 난 오늘 술 그만 먹고 가야 껫네..우리 할멈 쫏차오면 야단이여..그려그려 나 후딱 갈께

 

형님 딱 한잔만 더 먹고 후딱 가시유..그러니께 어음..

할멈이 쫒차내면 우리집으로 오시유.난 쫓아 낼 사람도 없으니

그려 그려. 잘먹고 가네... 내일 또 올게..에고 허리가 아파서 힘들어..내일 병원에 가봐야 헐나다 봐

꾸부정하고 걸어가는 뒷 모습을 보면서..늙으면 죽어야지 헌디 날보고 죽어라고 허문 서운혀.

죽는일도 내맘대로 되는것 아니여...

 

 

그렁저렁 오늘도 서산에 해는 지네유

내일 다시 봐유..

 

가지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 없다드니.

반겨 주는이 없지만 갈길이 바뿌네요.

 

외로움이 없다면 목석이지요

수목 풀꽃들도 사랑 하는데 

 사람을 사랑 한다는것은 자연의 철측..그러나.

가까히 오지 말어라 깊은정도 주지 말어라

먼 곳에서 바라만 보면서 그리워 하면서 살레요.

 

 

 

 

 

 

 

 

 

 

 

 

  2014.7.27.  /민초 올림